니체가 한 말 중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라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우리는 대개 익숙한 것에 대해서 호의를 갖잖아요. 해보지 못한 것, 대하지 못한 것을 대하면 일단 거부감을 느끼고, 꼭 필요하지 않으면 회피하려고 하죠.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는 것에 호의를 갖게 되면 새로운 것을 만나는, 영접하는 기쁨이 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물리적, 시공간적으로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매일 ‘나는 새로운 사람만 만나겠어.’라며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 수는 없잖아요. 이처럼 내가 가진 생각이나 사람의 90% 정도는 기존의 내 범주 안에 있던 것들입니다. 그것을 깰 수 있는 것은 결국 책이에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만나지 못했던 세계가 그 안에 그대로 담겨 있지 않습니까.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의 새로운 책을 통해 그 분야를 염탐할 수 있는 기쁨! 이게 책의 즐거움이지요.

우리 사회가 광속으로 변하면서 전문적인 분야가 분화되기 시작해요. 옛날에는 분야가 하나의 쇳덩어리였다면 그것이 망치로, 못으로 분화되고, 지금은 그 한 덩어리의 쇠가 날카로운 바늘들로 나뉘어버린 것이죠. 그렇게 되니 아주 날카롭고 예리한 지식은 많이 퍼져 있는데, 이것을 연결해서 쓰는 방법은 오히려 몰라요. 바늘을 엮어서 낚시 도구로 만들 수도 있고 예술 작품으로 만들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이것을 엮을 수 있는 능력, 우리가 융합, 통섭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경쟁력이고,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사색하는 훈련이 필요하고, 그러니까 인문학에 답이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어요. 그래서 예전에 20대들에게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추천하기도 한 거에요. 혹시 이 책을 안 읽었다면 한번 읽고, 생각하면서 넘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잘 안 읽죠. 우리는 백두대간 종주도 하고, 극기훈련도 가잖아요. 국문만 읽을 줄 안다면 책 한 권 뜻은 몰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며칠이면 다 읽지 않겠어요? 그 정도 우리는 도전할 힘도, 의지도 동기도 없는 게 문제죠. 토익점수를 위해서는 그렇게들 노력하잖아요. 이런 책을 읽는 도전이 사실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난해하든 난해하지 않든, 내가 접하지 않았던 세계를 한 번 정복하고 나면 성취나 깨달음, 자극이 있을 거에요.